2009년 5월 16일 토요일

약속

백화점에서 아들을 잃어 버렸다

집에 가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샀는데

계산 하는 동안 기다리지 않고 혼자 걸어가길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눈깜짝할 사이에 인파 속에 사라져 버렸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고 난 혹시나 집으로 향했을까 봐 지하철로 내달렸다.

하지만 아들은 보이지 않고 불안감은 더 커져갔다.

그래도 찾을 수 있다는 믿음만 있으면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떠올라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아들을 마지막으로 본 곳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내 눈에 help 데스크에 어른 둘이 서있는 것이 들어왔고

그 사이로 작은 아이가 있는 것이 보였다.

난 아들이라 확신을 하고 다가가서 그 아이 옆에 섰다.

아들이었다.

아들은 눈가에 눈물을 고이고 있었지만 차분하게 자기의 이름을 메모지에 적고 있었다.

기특한 녀석

그래도 자신을 잃어 버린 아빠가 용서가 안되지는 나를 보자 고개를 돌리고

"아빠 미워" 만 반복해서 말했다.

나는 아들을 꼬옥 안아 주었다.

그리고 짧은 순간 느꼈던 깊은 고통과 이렇게 같이 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안도감과 기쁨에 대해 말해주었다.

아들도 그제서야 마음이 놓이는지 약간 울먹인 후 나에게 속삭였다.

"근데 잃어버린 일 엄마한테는 말하지마"

"왜?"

"엄마가 속상할까 봐"

이 말에 아이의 상처와 배려심이 느껴져 다시금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교차했다.

"그래 그럼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웅"

이렇게 약속을 하고 우린 다시 집으로 향했다.

추신


댓글 2개:

  1. 정말 놀라셨겠어요~

    아드님이 정말 기특하네요.침착하게 자기이름을 적고있다니

    넘 예뻐요. 저도 나중에 그런아들이 생겼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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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네 맞아요 ^^

    저 같으면 울고 난리 났을꺼 같은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정말 정말 기특한거 있죠 ^^

    게다가 아들이 집에와서

    '엄마 내가 박성진이라 썼는데 누나가 자꾸 박정진이래'

    라면서 웃는거 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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