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9일 목요일

괴리감

친구와 기분 좋게 술을 마시고 헤어지니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변해가는 날씨와 살짝 오른 술기운에 평상시와 다른 길로 집에 가고 싶었습니다.

저는 지하철 애호가로 항상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데

자주 타본 적은 없지만 전에 몇번 다녀본 기억이 있어서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습니다.

오랜만이라 어렵사리 버스를 탄 후 밤 11시를 살짝 넘었을 즈음 환승을 하기위해 타고 있던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정류장에서 다음 탈 버스를 확인한 후 막차 시간을 보니 기점에서 11시 출발이라

아직 다음 차가 있겠구나 하고 기다렸습니다.

부슬부슬 내리던 비는 조금씩 굵은 빗방울로 변해갔고

저는 비를 피하기 위해 낙엽이 큰 포플러 나무 아래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로부터 저는 약 1시간이 넘게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처음에는 '기다리면 오겠지' 하는 마음에 기다리다가

가로등이 비치는 고요한 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며, 서둘러 집으로 귀가하는 사람들을 유유자적하게 바라 보다 보니

왠지 점점 세상과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에 사로잡히면서

제 마음 깊은 곳에 숨어 있는 공허함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집차가 렉서스면 좋겠다'는 아들의 바램과 일년 연봉을 꼬박 모아도 렉서스를 사지 못하는 현실의 격차처럼

웃고 즐기는 일상 생활속의 저와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허함을 느끼는 저는 '둘은 다른 사람일지도 몰라'와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서로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따뜻한 가정과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는 행복한 제가 왜 이런 생각을 갖는지 궁금해서

기억에 남는 일과 사람들을 생각해보며 답을 찾으려 했지만

점점 강해지는 빗줄기 밑에서 술에 못이겨 내뱉은 행인의 고성이 저만의 세상으로 들어와 저를 깨웠고

금새 시작될 내일의 일과를 생각하며 저 또한 잠시 등한시 했던 귀가길에 올랐습니다.



gate, originally uploaded by Chanbeom.

댓글 2개:

  1.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 보노라면



    저들은 전부 가고자하고 하고자 하는 목적지가

    분명해서 저렇게 분주히 움직이는데,



    저는 혼자 동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제법 있습니다.



    물론, 제 경우와는 다르시겠지만서도

    글을 읽어나가다보니 떠오르는 단상이라

    끄적여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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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고무풍선기린 - 2009/07/09 02:05
    ^^

    다들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군요 ^^

    마음이 편해지네요 ^^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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