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6일 화요일

잠갔어

어제 아들방에 있는 가습기를 틀었더니
청소하라고 띠리리리 멜로디가 나오더군요
아들이 감기 기운이 있어서 가습기를 틀어줘야 겠다 생각했기에
가습기를 들고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이때 아들이 아빠 나도 도와줄께 하고 저를 따라왔습니다.
처음부터 아들의 의도를 약간은 의심했어야 하는데 ^^
이게 크나큰 사건의 시작일 줄이야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아들이 가습기 속에 있는 곰팡이(?)에 관심을 보이며 칫솔질도 해보곤 하더니
이내 관심은 샤워기와 목욕할 때 쓰는 장난감으로 옮겨가서
물통에 장난감을 넣고 샤워기로 물을 채우고 버리고 하며 놀기 시작했습니다.
물을 버리기만 하는 물장난에 대해서 평소에 물을 아끼자고 말리는 편이었으나
오늘은 청소를 다 할 때까지 좀 놀게 놔두었습니다.

가습기 청소를 다하고 아들에게 이제 물 잠그고 나오라고 말을 했습니다.
잘 듣지 않습니다.
다시 한번 부드럽게 말하고 타일러 봅니다.
그리고 '빨리 물 잠그고 나와' 하며 가습기를 청소하러 방에 들어갔는데
아들이
'잠갔어' 하며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한마디 더 붙여 말합니다.

'문'

--;;;

'이녀석아 물을 잠그랬지 문을 잠그면 어떻게!!'
아들은 그때부터 생각하는 의자로 직행하여 반성모드로 들어가고
화장실열쇠가 있는지 장인어른에게 물어보다가
처재 식구까지 합류해서 우리집 화장실을 열려고 애를 써봅니다.
생긴건 허름한 녀석이 자기 역할에 충실해서 꿈쩍도 안습니다.

혹시나 해서 네이버 지식인 검색을 해봤습니다.
지식인 역시 중요할 때는 별 도움이 안됩니다.
지식인 말하길..
'가위로 쑤셔라 칼로 꼭꼭 찍어라 송곳으로 찔러라..'
역시 네이놈이 맞는가 봅니다 --;;

결국 집안에 있는 온갖 도구를 동원하여 문을 따기 시작합니다.
모두 한번씩 돌아가면서 나름의 생각대로 문 뜸을 쑤셔 봅니다.
이때 아들이 부끄러운지 엄마 뒤에 숨어서 나타나서 한마디 합니다
'죄송합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ㅋㅋ
그리고 침대로 향하는 아들

어른들이 남아 화장실문 구하기 작전은 계속되고...
결국 날을 넘긴 12:15분
장인어른이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자물쇠를 열어 젖히면서
길었던 사건이 마무리되었습니다.
ㅋㅋㅋㅋ


 
잠갔어, originally uploaded by Chanbe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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