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16일 목요일

아빠 일찍와!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아들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아빠~'라고 외치며 닫혀 가는 현관문을 빠끔히 열게 만듭니다

아들은 문 사이로 보이는 제 얼굴을 확인 한 후 또 한번 외칩니다.

'알라뷰~ 일찍와~'

아들이 일찍 와달라는 말을 할 때 마다 제 머리 속에는 오늘 하루 일과가 떠오르면서 아들이 저를 찾아 준다는 고마움과 일찍 못 올 것 같은데 어쩌지 하는 미안함이 교차합니다.

그래도 아들이 약속을 지키는 못하는 아빠 때문에 실망하는 것 보다는 아침부터 서운함을 느끼더라도 솔직히 말하는 것이 낫을 것 같아서 저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답합니다.

‘아빠도 알라뷰~ 근데 아빠 오늘 늦을 것 같아’

잠에서 깨어나 잠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아들이 먼가 생각났다는 듯이 허리를 새우며 저에게 물어 봅니다.

‘아빠 돈 벌어서 어린이날 토마스 돌 굴러가는 기찻길 사주려고 늦게 오는거야?’

몇 일 전 주말에 출근할 일이 있어서 집을 나서는데 가지 말라고 매달리는 아들을 설득하기 위해

‘아빠의 노동 = 돈 = 새로운 토마스’ ^^;;

라는 이야기로 풀어서 이야기 해준 것을 기억해낸 모양입니다.

빨리 출발해야 했기에 저는 어쩔 수 없이 그렇다고 고개를 끄떡이자

아들이 새로운 기찻길과 아빠의 빠른 귀가에 대해서 잠시 생각하는 듯한 표정으로 저를 바라본 후 해맑은 표정으로 외칩니다.

‘아빠 늦게 와도 돼~’

^^;;; 허허 이거 제가 실수한 건 아닌지

머뭇거린 시간을 만회하려고 지하철역을 향해 뛰어가는 동안 마음속으로 불안한 마음이 뭉게뭉게 떠오릅니다.

막 도착한 만원 지하철 안으로 몸을 던진 후 점점 거칠어지는 숨을 겨우 달랜 후에야

앞으로도 아빠를 보고 싶어 하는 아들의 마음이 바뀌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 바램을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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